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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생각들

7년차 리더 경험없는 마케터의 고민, 마케터에게 성장이란 무엇일까?

7년차 마케터가 되면서 마케터에게 성장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사실 나는 팀을 리드하거나, 팀원을 매니지하는 것에 전혀 흥미가 없었고, 매년 마케팅 트렌드를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흡수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리더십을 하지 않아도 매년 만족스러운 연봉 협상을 했기 때문에 실무자로서 컨텐츠,브랜딩,커머스,퍼포먼스,그로스까지 마케팅의 모든 영역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리더십을 경험하지 않은 것이 언제나 늘 마음에 걸렸다. 예전에 1:1PT 선생님과 커리어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팀장이 아니라는 말에 "아 지금까지 승진을 못하신거예요?"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 않아 그냥 그렇다고 했다.

 

그래도 그 질문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실무를 할때 가장 신나고 빛나는 사람인데 커리어를 위해 내가 리더라는 롤을 감내해야하는 것인가?'라는 고민도 들게 했다.하지만, 여전히 나는 리더를 하는 것이 마케터로서 할 수 있는 성장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이직 준비를 하면서 많은 곳과 면접, 커피챗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부족한 팀장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그것을 참지 못하고 여러가지 질문들을 공격적으로 쏟아내다 떨어지기도 했지만 리더십을 경험한 마케터가 더 좋은 마케터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나 리더는 안했지만 잘 성장해왔어요"라고 우기고 싶진 않다. 나에게는 실무자의 관점에서 마케터로서의 성장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필요했다. 스픽 지사장이었던 가영님과의 미팅에서 "지안님이 책임지는 전사적인 지표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케터로서의 성장이란 내가 책임지는 지표의 성장, 그리고 그 지표가 회사에 미치는 임팩트의 성장이 곧 성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하게 되었다.

 

처음 마케팅을 시작했을 땐 컨텐츠의 인게이지먼트나 나에게 할당된 작은 예산을 잘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나도 회사도 만족할 수 있었다. 그때는 하루 이틀 내가 컨텐츠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회사는 잘만 굴러갔다. 하지만 점차 연차가 높아지면서 내가 책임지는 지표들이 많아지고, 그 지표들이 회사의 성장에 중요해지고, 회사의 전략 아래 내가 액션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회사의 전략을 수립하고, 마케팅의 방향성을 직접 설정하고 그 액션 플랜까지 책임지게 되었다.(사실 책임지게 되었다가 아니라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가 맞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주니어에서 벗어나 시니어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단언컨대 나에게 할당된 예산, 내 광고 소재의 CPI가 얼마인지 책임지는 마케터와 우리 회사의 매출 목표, 로아스, YOY,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마케팅 예산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며 그 목표와 예산을 소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까지 고민할 수 있는 마케터는 생각의 범위와 액션의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스픽에서 매출과 로아스, YOY를 나의 핵심 지표로 받아들이고, 그를 위한 페이드 마케팅과 액션 아이템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마케터로서 완전히 다른 성장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리더십의 또다른 의미는 "일의 방향성과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 목표했던 성과와 지표를 책임지고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사람을 매니징하고 팀을 관리하는 능력의 리더십도 완전 중요하고 존중하지만 나의 길이 아닐 뿐이다.)

 

앞으로도 연차가 쌓이면서 팀장이라는 리더십을 수행해야하나? 계속 실무를 해야하나? 라는 고민은 계속 되겠지만 타이틀을 떠나서 나는 본질적으로 하이레벨의 지표를 책임지고, 그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액션하고 결국에는 그 지표를 개선하거나 달성하는 impactful한 마케터가 되고 싶다. 내 짝꿍 창민은 가끔 이런 나에게 '너같은 직원을 뽑아야하는데'라는 말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회사도 적당히 팀 매니징을 잘하는 나보다 "매출과 로아스는 제가 책임질테니 대표님은 회사의 넥스트 스텝을 고민하거나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좋은 인재와 돈이나 구해오세요"라고 말하는 내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