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에 대한 생각들

Update_ 온보딩을 마치고 스픽에 그로스 매니저로 합류했다.

 

개인적인 부분을 어디까지 공유해야할지 늘 고민하고 망설이는 저이지만, 최근 저에게 의미있는 업데이트가 있어 글을 올립니다! 

 

3개월간의 온보딩 기간을 끝내고 스픽의 그로스 마케팅 매니저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방금 위 문장을 쓰는데 마음이 쿵하고 떨어질 정도로 진하디 진한 3개월이었습니다.

처음 한국 지사장인 가영님을 만났을 때 떨리는 마음으로 제가 갖고 있던 마케팅 비전에 대해 이야기했고 놀랍게도 스픽은 제가 생각만 해오던 그 비전을 2022년 새해를 앞두고 이미 준비를 거의 마친 상황이었습니다.

 

저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스픽이 그린 큰 그림의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합규한 시점이 작년 12월 7일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어 교육 업계의 대목 of 대목인 1월 1일을 약 3주 앞두고 입사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제가 소화해야했던 예산은 개인이 은퇴할 수 있을만큼 큰 금액이었고, 우리가 달성해야하는 목표는 헛웃음이 날만큼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팀원들의 간절한 마음이, 연말이 다가올 수록 또렷해져가는 눈빛이 뭔가 일을 내도 단단히 일을 낼 것 같았고, 결국 우리는 새해가 시작되고 3주만에 한 분기의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모든 우선순위가 ‘일’ 하나로 좁혀지는 몰입의 경험을 했고, 예산을 실수하진 않았나 자다가도 일어나서 광고 대시보드를 보는 저를 보며 스스로 놀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거대한 성취 앞에서 저는 그 어느때보다 크게 흔들리고 있었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스스로를 혹독하게 채근하며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내가 더 잘 해야하지 않을까?”

“내가 영어를 못해서 어떡하지?” 

 

이런 답도 없는 고민들에 걸려 넘어지려고 할 때마다 팀원들은 2인 3각 달리기를 하듯 제 양 팔을 그들의 어깨에 단단히 걸고 ‘함께 가야한다’고, ‘우리는 팀’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만약 넘어진다면 거기서 못 일어나는 척 기권하려고 했는데 팀원들은 제가 넘어지도록 두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시간 참 빨랐다고 쓰고 싶은데 사실 매주 영어에 치이느라 괴로웠고, 한 주 한 주 살아남는 기분이었어서 이 겨울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전 직장인 다노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다노에서 제가 배운 것은 일은 생계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고, 삶의 성숙을 만들어 주는 수련의 하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팀을 만난다는 것이 직업인으로서 얼마나 큰 행복이고 축복인지 알기에 그 축복이 저에게 다노에 이어 스픽까지 연속으로 반복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스픽에 적응해야 했던 것만큼 스픽의 팀원분들도 저에게 적응해야 했을텐데 애썼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생일에는 스픽의 외국인 동료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진심으로 제 생일 축하해주는 그들을 보며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한 성인을 키우는데는 온 지구촌 마을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렇게 크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20시간 자면서 일했던 방송 작가 시절부터 지금까지 꼬박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이 더 위에 있다거나, 성공한 상태라고 생각이 들진 않고, 그냥 나는 결국 이런 어른으로 자랐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제 인생에는 크고 작은 챌린지들이 넘쳐날테고 그럴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세상 당황하고, 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겠지만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그러하듯, 또 열심히 살아가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