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픽 2개월차가 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영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인생의 기회를 만나게 한다'는 스픽의 브랜드 미션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여행을 가도 인천 공항에 도착해 한국의 쾌적한 지하철에 오를 때 비로소 안도하고, '역시 한국이 짱이야'를 외치는 사람이었고, 찰진 라임이 살아있는 한글을 너무 사랑하고, 단 한 번도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 K-oriented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스픽에 입사하고 나서 영어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고, 대학교때 치룬 토익 시험 이후로 약 10년만에(?)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문제는 내가 해내야 하는 영어 수준이 단순히 '언어 공부'에 그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샌프란에 있는 본사와 align을 맞추기 위해서 모든 과정을 노션에 영어로! 남겨야 했고, 일주일에 한 번 위클리 밋업에서는 발표를 해야했고, 그 외에 마케팅 의견이 필요한 회의에는 참석해서 페이드 사이드의 의견을 어필할 수 있어야 했다.
미션이 큰 만큼 부담과 압박도 크게 다가와 한동안은 영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쪼그라 들고,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영어 공부를 어느 정도 하다 보면 꿈도 영어로 꾼다는데, 나는 꿈에서도 영어를 못해 파파고를 애타게 찾는 꿈을 꾼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 어려움, 막막함, 빡침, 답답함은 어디 썰 풀이 경연 대회가 있다면 나가서 1등할 자신이 있을 정도로 격렬하게 느끼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내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못 견디는 인간이었고, 늘 그 불편함으로부터 나의 성장은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불편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핸드폰 언어 설정을 영어로 바꾸고, 내가 자주 사용하는 앱의 모든 언어 설정 역시 영어로 바꾼 것이었다.
사실 아이폰은 정확한 매뉴얼 없이도 완벽하게 사용할만큼 손에 익어있기 때문에 가끔 네이버 지도의 모든 지명이 영어로 나오는 불편함 말고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마케팅 아티클을 보기 위해 활용했던 'think with google' 과 내가 애정하는 앱 'calm'의 언어 설정을 영어로 바꾸는 순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Think with google 에는 그동안 '한국어' 언어 설정에 가려진 진귀한 자료들과 가장 최근의 마케팅 소식이 쏟아졌고 calm앱에서는 뉴욕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명상 선생님들의 수업 뿐만 아니라, 몸을 활용한 비디오까지 release 되어 있었다. 세계의 90%의 정보가 영어라는 말이 처음으로 와닿았다. '영어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는 도구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스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했던 영어에 대한 압박어린 시선과 감정이 바뀌게 되었다.
이제는 정말로 내가 스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더 많은 기회를 만나고, 양질의 정보와 양질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내가 영어를 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픽이라는 계기가 없었더라면 영어 공부에 대한 필요성조차 알지 못하고, 나는 평생 네이버에 '그로스 마케팅 뜻' 이렇게 검색어를 쳐넣는 진부한 마케터가 되었을 것이다.
여전히 영어는 두렵고, 스피킹은 갈 길이 더 멀고, 회의에서 느낌적인 느낌으로 회의 내용을 알아먹고 있지만 어떤 서브젝트가 궁금할 때 구글에 'what is ~'로 검색하게 된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 나는 더 성장할 수밖에 없으니까 앞으로 성장할 내가 기대된다. '아 안그래도 해야하는 일 빠바바박 잘 하는 K-직장인인데 영어까지 잘 하면 나는 얼마나 멋질까..'라는 자뻑 어린 상상을 하면서 오늘도 영어 공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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