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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생각들

지난했던 8월을 보내고, 9월을 맞이하며 부치는 글

내 안에 많은 것들이 변하고 새로 자리를 잡아가는 8월이었습니다.

올해의 저는 머리와 양 팔에 물 동이를 지고 아슬아슬한 경보를 이어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모든 것을 잘 해내고 싶었고, 도움을 요청할 줄도 몰랐고, 그냥 잘 해내야 한다는 그 압박감 하나로 저라는 열차를 더 가열차게 몰아 붙였지요.

잘하고 싶은 욕심은 강박이 되어갔고, 그 강박들은 일상 속 각종 규칙들이 되어 저를 괴롭혔습니다. 샤워는 15분 안에, 머리 말리기는 딱 3분, 자기 전에 충전해야하는 기기들과 그 위치들, 하루 8시간은 자야하고 영어는 무조건 한시간은 공부해야하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이 규칙들은 제 안에 무서운 교관이 되어서 저를 혹독하게 다그쳤어요.

그러다 지난 8월 8일, 제 인생에 큰 존재였던 동료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전 주에 가졌던 청첩장 모임에서 저에게 웨딩 메이크업은 매트하게 하고, 다이어트는 하지 않아도 된다며 호쾌하게 말했던 그였고, 그의 발인 날은 우리가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그 날 저에게 일을 제안하기 위해 역삼에서 가장 좋은 레스토랑을 수소문했다는 말을 뒤늦게 듣고는 마음이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한 동안 뺨을 맞은 사람처럼 얼얼하게 서있었던 것 같아요. 왜 더 자주 보지 못했을까라는 후회와 그래도 청첩장을 드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함 등등이 섞여 그를 기억하고, 그의 죽음이 주는 의미를 회고하며 8월 한 달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비가 참 많이도 왔던 8월을 지나, 언제 그랬냐는듯 파랗다 못해 퍼런 하늘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가을이더군요.

그리고 제 마음에는 '삶은 유한하다'라는 하나의 진실 하나가 남았습니다.
그토록 잘하고 싶은 이 일도, 아등바등하는 이 순간도 결국 이력서의 한 줄로 갈음될 것이고 삶이라는 큰 과업 앞에서는 그저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다노에서의 시간이 그랬듯 나에게 결국 남는 것은 '사람' 그리고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아프게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의 저는 제 마음 속 엄격한 교관이 세운 '규칙'과 막연하게 자리잡은 '잘'이라는 기준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살가운 성격도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지만 제가 이 작고 작은 유한한 삶에 가득 채우고 싶은 것은 좋아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기억인 것 같아요.(오글거리지만 사실)

결국은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고 그들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 나에게 엄격하듯 다른 사람에게 너무 엄격하지 말아야겠다. 일주일에 2번 이상 약속이 있으면 세상 무너질듯 힘들어했는데 그러지 말아야겠다. 이런 다짐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 이 글은 누구에게 보내는 글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따뜻한 대화를 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더라도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무탈하고 소복하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