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연말이로구나
다섯 번째 | 연말 스픽에서 살아남기
12월 15일 새해를 2주 앞둔 시점에 연말 프로모션의 꽃 '언락(앱 무료 이용 이벤트)'이 시작되었다.
이 이벤트는 연말에 스픽의 모든 프리미엄 콘텐츠를 N일간 무료로 풀어주는 이벤트로 앱을 다운받았지만 사용하고 있지 않은 유저와 스픽을 알고 있지만 체험해보지 않은 온드 채널 유저가 주요 대상이다.
한 해 동안 스픽 앱의 기존 유저는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모여있었고, 그만큼 활동하지 않는 돌먼트 유저도 늘어 있었다. 남은 2주 동안 이 유저들을 다시 activation 시키고, 1월 출시되는 AI 튜터도 경험하게 해야 했다.
이번 언락 프로모션은 지난 해와는 다르게 페이드 마케팅이 더해졌고, 이미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 프로모션에서 브랜드 검색과 CRM, 페이드가 합쳐졌을 때 시너지가 나는 방식을 학습한 터였다. 프로모션과 별개로 연말까지 기존 일예산의 N배가 넘는 수준으로 예산을 높여가야 했고, 거기에 맞게 머신 러닝도 잘 따라와줘야 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엑셀 시트에 복리 이자를 계산하듯 매일 몇%의 예산을 증액해야 연말에 목표한 예산에 도달하는지를 계산했고, 예산을 점차 올리기 시작했다.
예산을 많이 쓴다는 것이 마케터에게는 영광일 수 있겠으나 나에게 주어진 예산은 평생 마케터로서 쓸 돈을 다 썼다고 할만큼 큰 돈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만큼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에 도 몇 번씩 내가 세팅 실수를 하진 않았는지 광고 대시보드를 새로고침 해야했고 인스타 피드에서 내 광고가 보일 때마다 가슴이 움찔움찔했다.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광고 리포트에 들어갈 엄청난 양의 로우 데이터를 다운받고 있자니 아 연말은 연말이구나 싶었다.'이 짓거리를 내가 작년에 이어 또 하고 있다니' 헛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바야흐로 연말이다. 모든 영어 업계가 한국 시장의 파이를 먹기 위해 달려들고, 1년간 쌓아온 전략과 모든 운에 기대어 한 입이라도 더 먹는 놈이 승자가 되는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매일 우리가 1년간 고생해서 만든 웹사이트 앞에서 '내가 된다고 했잖아'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상상과 시장의 반응이 싸하면 어떡하지, 만약 잘 안되면 우리 팀의 사기와 실망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지 등등 불안함과 용기 그 사이를 바삐 오가느라 머릿 속이 분주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이 간절한 마음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한 발 한 발을 정성스럽게 쏘는 것. 1번의 큰 성공을 위해 10번의 작은 실패를 감내하는 것. 그럼에도 그 한 번을 맞추기 위해 타석에 자주 오르는 것 뿐이다.
아, 글을 여기까지 쓰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광고 대시보드를 몇번이나 오갔다.
정말 바야흐로, 연말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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